“차는 스마트폰이 아니다”…폭스바겐, 다시 버튼으로 돌아간다

“차는 스마트폰이 아니다”…폭스바겐, 다시 버튼으로 돌아간다

튜9 0 236 0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업계는 ‘디지털화’라는 이름 아래 물리 버튼을 없애고 터치스크린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빠르게 도입해왔다. 특히 폭스바겐 그룹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하지만 이제는 내부에서도 반성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자인 책임자인 안드레아스 민트(Andreas Mindt)는 올해 초 “우리는 다시는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기능에 대한 물리 버튼을 전면에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차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볼륨, 히터, 송풍기, 비상등처럼 자주 쓰는 기능에는 반드시 버튼이 있어야 한다. 이제 추측은 없다. 눌렀을 때 반응이 있고, 사람들은 그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단순히 사용자 편의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현재 유럽과 중국 소비자 간의 뚜렷한 선호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그룹의 중국 법인 총괄인 랄프 브란트슈태터(Ralf Brandstätter)는 “중국 소비자들은 AI 기반 음성 제어와 연결성을 중시하지만, 유럽 소비자들은 촉각적 조작감과 내구성, 운전의 재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디지털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된 신형 파사트 왜건은 기존의 물리 버튼을 대부분 제거하고 대형 태블릿 같은 화면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통합했다. 전기 왜건 ID.7 투어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골프 GTI와 R 모델은 스티어링 휠에 다시 물리 버튼을 채택했고, 향후 출시되는 차량에서는 필수 기능에 한해 전용 버튼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그룹 내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슈코다, 세아트, 쿠프라 등 대부분의 브랜드가 동일한 부품과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물론 버튼을 되살리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운전자들은 이를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다.


브란트슈태터에 따르면 유럽의 평균 전기차 구매 연령은 56세인 반면, 중국은 35세 미만이다. 이러한 세대 차이 역시 차량의 기능 구성과 UX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왜 중국에서 개발된 폭스바겐 차량을 유럽에서 판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규제, 비용, 고객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버튼을 그리워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다행히 폭스바겐은 이제 그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동차 업계는 ‘완전한 디지털화’보다, ‘균형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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