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슈퍼카의 귀환, 포르쉐가 되살린 단 하나의 카레라 GT
포르쉐가 보유한 가장 정교한 ‘시간 여행 장치’는 다름 아닌 존더분쉬(Sonderwunsch, 특별 주문) 부서다. 충분한 예산만 허락된다면, 수십 년을 달려온 차량을 공장 출고 당시와 같은 ‘제로 킬로미터’ 상태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이 부서를 통해 20년 전 슈퍼카가 다시 태어났다. 주인공은 2005년식 포르쉐 카레라 GT다.
포르쉐는 이런 작업을 ‘팩토리 리-커미션(Factory Re-Commission)’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차량을 완전히 분해한 뒤, 엔진과 섀시, 구동계, 전자장비까지 출고 당시 기준에 맞춰 다시 조립하는 대규모 복원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에는 6단 수동변속기를 갖춘 1세대 카이엔 GTS가 동일한 과정을 거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카레라 GT 역시 V10 자연흡기 엔진을 포함한 모든 핵심 기술 요소가 2005년 당시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됐다.
기계적 완성도는 과거로 돌아갔지만, 외관은 오히려 더 특별해졌다. 오너 빅토르 고메즈는 출고 당시 실버 컬러 대신, 1970년 르망 24시 우승차인 포르쉐 917의 전설적인 레이스 리버리를 요청했다. 한스 헤르만과 리하르트 아트우드가 몰았던 ‘#23’ 머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상징하는 레드와 화이트 컬러 조합이 그대로 재현됐다.
이 리버리는 단순한 래핑이 아니라 수작업 도색으로 완성됐다. 이후 실제 주행을 고려해 보호 필름을 덧씌웠다. 고메즈는 이 차를 투자용으로 보관하는 대신, 직접 몰고 즐길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클래식 슈퍼카 시장에서 ‘타는 컬렉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인 선택이다.
디테일 변화도 눈에 띈다. 무광 블랙 카본 파츠와 레이싱 넘버 ‘23’, 무광 블랙 아노다이징 처리된 엔진 커버 그릴, 블랙 컬러 휠 등이 더해져 레이스카 분위기를 한층 강조한다. 강렬한 외장과 대비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실내는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다. 대시보드, 도어 트림, 스티어링 휠, 센터 콘솔까지 레드 알칸타라로 마감했으며, 전면 트렁크 공간에도 동일한 소재의 맞춤형 러기지 세트를 마련했다. 일부 마감에는 후속 모델인 918 스파이더에 사용된 블랙 텍스타일을 적용했고, 시트 쉘과 계기판, 송풍구 주변에는 무광 카본 소재를 사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카레라 GT는 2003년 가을부터 2006년 5월까지 단 1,270대만 생산된 포르쉐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슈퍼카 중 하나다. 출시 당시 독일 기준 가격은 45만2,690유로, 미국에서는 44만 달러에 달했다. 이번 리-커미션과 원오프 사양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차량 가격에 맞먹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포르쉐 클래식과 존더분쉬 부서는 최근 단순 복원을 넘어, 브랜드 유산과 고객의 취향을 결합한 ‘공장 인증 원오프’ 프로젝트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번 카레라 GT 역시 그 정점에 있는 사례다.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만족감,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슈퍼카를 직접 운전한다는 즐거움이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진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